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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바람은커녕 초심 실종… 법안 품앗이·묻지마 발의 구태

입력 : 2013-04-22 13:38:15 수정 : 2013-04-22 13: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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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 1년… 입법활동 성적표 ‘낙제점’ 작년 4·11 총선의 최대 이슈는 정치쇄신이었다. 쇄신바람을 타고 149명이 첫 금배지를 달았다. 전체 300석의 절반 수준인 49.7%다. 하지만 1년여가 흐름 지금 19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의정활동의 기본인 법률안 발의 성적표가 2000년 이후 16∼18대 국회 초선과 비교하면 꼴찌라는 점에서 19대 초선의 존재감 실종은 단순한 ‘인상 비평’만은 아닌 셈이다.

◆초선 입법 성적표, 19대 ‘낙제’, 17대 ‘우수’


1년 남짓 활동한 19대 국회 초선의 의정활동 성적표는 16∼18대 국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제점이다. 해마다 의원 발의 법률안이 급증하는 추세지만 초선의 기여도는 44.1%로 16대 국회 이후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21일 통화에서 “의원 입법은 통상 4년 임기 중 3년차에서 정점을 찍었다가 마지막 4년차에 다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안 발의 중에 의원 입법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늘어났는데도 초선 의원의 기여도가 낮은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과 정부조직법 처리라는 대형 이슈 탓에 전체적인 발의건수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초선 의원의 법안 발의 비율이 줄어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 중 10건 이상 법률안을 발의한 의원은 강기윤(47건) 의원을 비롯해 37명이었고 41명은 10건 이하를 발의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중 10건 이상 법률안을 발의한 의원은 남인순(33건) 의원을 포함해 35명이었고 나머지 22명은 10건 이하를 기록했다. 진보정의당은 정진후 의원(22건)을 포함해 총 73건을 발의했고 통합진보당은 초선 의원이 총 26건을 발의했다. 종북 논란을 빚은 이석기 의원은 0건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는 초선이 두드러진 활동을 했던 17대와 확연히 차이난다. 17대 국회 의원 발의법안 5728건 중 초선이 대표발의나 1인 발인한 법률안은 4305건(75.2%)에 달했다. 17대 의원 중 초선 비율(62.5%)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초선 의원의 법안은 내용면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19대 국회에서 14명의 초선 의원이 모두 17건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 중 대부분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금지를 골자로 하고 있어 상당 내용이 중복된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실적쌓기용’, ‘묻지마’ 발의가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법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무작정 서명에 동참하는 ‘품앗이’ 관행도 여전했다. 지난해 12월 한 초선 의원은 4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 서명한 의원의 소속 상임위는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4건 중 3건의 공동발의 11명의 명단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나머지 한 건도 10명이 동일 의원이었다.

출발은 좋았는데… 역대 국회와는 달리 정치적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는 19대 초선 의원들은 세계일보 분석결과 법률안 발의 비중이 16대 국회 이후 최저를 기록하는 등 의정활동 성적표도 낙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7월 2일 제19대 국회 개원식에서 선서하는 의원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대 초선, 쇄신·정풍 실종

19대 국회에서 초선의 의정활동이 탄력을 받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의원 연구모임이 제대로 구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대 국회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만 ‘민본21’을 비롯해 ‘새정치수요모임’, ‘국가발전전략연구회’, ‘함께 내일로’, ‘여의포럼’, ‘국민생각’, ‘푸른정책연구모임’ 등이 활발히 활동했다. 대부분 초선 의원이 주축으로 활동했다.

19대 첫해에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만 겨우 명맥을 지켰다. 뒤늦게 출범한 초선 정책연구모임 ‘초정회’와 비례대표 모임 ‘약속지킴이 26인’은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정부 출범 전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과정과 인사 난맥에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계파 공천’으로 양산된 ‘박근혜 키즈’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날 “18대 때는 초선들이 저마다 개성이 강하고, 자기 이름값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너무 조용하다”며 “의원총회 때도 좀처럼 쓴소리를 하는 초선들이 없다”고 한탄했다.

민주통합당 초선도 존재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7일 혁신초선 의원모임이 5·4 전당대회의 지지 후보 선출을 위해 뭉쳤지만, 당 소속 57명의 초선 중 19명만 가담했다. 논의를 거듭할수록 이탈하는 초선이 대폭 늘어나면서 모임의 취지는 물론 영향력도 크게 후퇴했다. 그마저도 의결 기준(3분의 2 이상 득표)을 넘지 못해 성과 없이 끝났다. 당대표 경선 출마자의 혁신비전과 정책을 비교, 점검해 지지후보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당내 분란만 야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19대 국회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던 초선 그룹이 벌써부터 무기력하게 눈치나 보면서 구 정치인 행태를 닮아가는 모습이다.

박세준·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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